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전직 대법관 영장기각
양희정 | 승인 2018.12.07 10:07

법원이 7일 박병대(61)·고영한(63) 전 법원행정처장(대법관)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.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것과 관련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한 의혹으로 헌정 초유의 구속 수사를 받을 처지에 놓였던 두 전직 대법관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. 

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두 재판부 모두 범죄혐의의 소명 , 증거인멸의 우려 , 도망의 염려 등 구속수사의 요건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.

박 전 대법관의 영장심사를 진행한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 기각의 사유로 “범죄 혐의 중 상당 부분에 관해 피의자의 관여 범위 및 그 정도 등 공모관계의 성립에 대하여 의문의 여지가 있다”고 밝혔다. 이어 “이미 다수의 관련 증거자료가 수집된 점,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및 현재까지 수사경과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, 피의자의 주거 및 직업, 가족관계 등을 종합해 보면 현 단계에서 구속사유나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”고 설명했다. 고 전 대법관의 심사를 맡은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“피의자의 관여 정도 및 행태, 일부 범죄사실에 있어서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 정도, 피의자의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루어진 점,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필요성,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”고 밝혔다.

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기각된 것에 반발했다. 이번 사건의 공범이자 하급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영장은 발부됐기 때문이다. 이에 대해 법원은 검찰이 두 전직 대법관과 임 전 차장의 공모관계를 소명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. 실제 징용소송 개입 등 일련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두고 임 전 차장은 ‘윗선’의 부당한 지시를 어쩔 수 없이 따랐다는 취지의 진술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. 법원은 또한 검찰이 이미 많은 증거자료를 수집했음에도 두 전직 대법관의 공모관계가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았다고 봤다. 임 부장판사와 명 부장판사는 ‘이미 다수의 관련 증거자료가 수집된 점’, ‘피의자의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루어진 점’ 등을 영장기각 사유로 들었다.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했으므로 두 전직 대법관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는데, 범죄 소명은 부족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. 

이러한 기각 사유는 법원이 지난 3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영장을 기각할 때 제시한 것과 비슷하다. 법원은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청구됐던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“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의 내용을 볼 때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찾기 어렵다”고 밝힌 바 있다. 당시에도 검찰은 하급자들이 구속됐는데 ‘윗선’의 영장이 기각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반발했다.

박 전 대법관이 “노모가 기다린다”며 읍소한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도 있다. 박 전 대법관은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서 ‘어머니가 문에 기대어 서서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’는 뜻의 고사성어 ‘기문이망(倚門而望)’을 언급하며 “나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는 판사님께 달렸다”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. 변호인 역시 “93세 노모가 있으니 구속을 면하게 해달라”고 변론한 것으로 알려졌다. 실제 박 전 대법관의 ‘가족관계’가 영장 기각 사유로 제시됐는데 이는 이례적이다.

이날 두 전직 대법관의 영장 기각으로 공정성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. 이른바 법원의 ‘제 식구 감싸기’ 논란이다. 이번 ‘사법 농단’ 사건에 관해 특별재판부 설립을 추진해 온 여권의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. 

법원은 판사 개인의 법과 원칙, 양심에 따른 결정일 뿐 다른 요인은 없었다는 입장이다. 영장심사를 맡았던 두 부장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시작된 이후인 지난 9~10월에 차례로 영장전담 재판부에 합류했다. 임 부장판사는 광주지법과 수원지법, 대전지법, 인천지법 등을 거치며 오랜 실무 경험을 쌓은 판사다. 지난 10월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. 명 부장판사는 검찰 출신으로 지난 9월 고 전 대법관의 자택과 박 전 대법관의 자택 등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. 이런 이력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두 전직 대법관 중 적어도 한 명에게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.

 

양희정  ymllove2@stvnews.co.kr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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